들어가는 글
몇 번이나 다시 시작했나요?
하루에 짧은 약속이 하나 있어요. 대략 15분쯤이에요.
직장인이라면 상사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회의예요. 학생이라면 오전 여덟 시 강의죠.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확인하는 그 강의요.
그 자리에 빠지지 않아요. 몇 분 일찍 도착하죠. 늦게 잤어도, 날이 추워도, 애초에 참석할 만한 내용이 전혀 없어도요.
이제 빠졌다고 상상해 보세요. 한 번, 또 한 번. 그러다 빠지는 게 습관이 됐어요.
무슨 일이 생기나요? 월급이 깎이고 상사는 의심하기 시작해요. ‘이 사람을 믿고 맡겨도 될까?’ 학생은 끝이 어떻게 될지 알죠. 응시 자격을 잃어요.
따지는 것은 15분 자체만이 아니에요. 그 시간이 당신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이에요. 하루 15분도 지키지 못하면서 나머지 여덟 시간을 책임질 수 있다고 어떻게 설득할까요? 이것이 상사의 논리예요. 밖에서 오는 논리일 때는 우리도 아주 잘 이해해요.
이제 거울을 조금 돌려 보세요.
하루에는 다른 짧은 약속들도 있어요. 15분이나 그보다 짧은 시간이에요. 상사가 아니라 자신에게 한 약속이죠. 출근 전 짧게 걷기, 잠들기 전 열 쪽 읽기, 매일 저녁 어머니에게 전화하기예요.
이번 주에는 몇 번 놓쳤나요?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할래”라고 말하고는, 저축하기로 한 돈을 보름도 지나기 전에 써 버린 적이 몇 번인가요? 책을 베개 옆에 놓고도 손은 휴대폰으로 뻗은 적은요? 가족에게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저녁이 되자 몸만 그 자리에 있었던 적은요? 그리고 듣는 사람이 지난번을 기억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듯, 똑같은 말을 써서 똑같은 약속을 다시 한 적은 몇 번인가요? 당신은 기억해요.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 약속 시간을 알아요. 기다리던 사람에게 또다시 “내일”이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의 얼굴도 알아요.
깨진 약속들이 빼앗은 것은 시간만이 아니에요. 잠이 줄 수 있었던 개운한 아침을, 공부하면서 차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수업을, 집에서 함께 보낼 수 있었지만 다시는 오지 않은 시간을 빼앗았어요. 그러고는 더 조용한 것을 가져갔어요. 자기 말에 대한 믿음이에요. 이제 “할게”라는 자신의 말을 들으면 뒤따라올 핑계를 기다려요. 새 계획을 세울 때는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속에서 의심하며 써요. 아무도 탓하지 않아도 치르는 대가예요. 몇 번의 약속을 더 깨야 자신의 말이 스스로에게 그저 제안이 되어 버릴까요?
“셀 수 없을 만큼요”라고 답했다면 혼자가 아니에요. 그렇다고 반드시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니에요.
두 약속의 차이를 보세요. 놓치지 않는 약속에는 눈에 보이는 틀이 있어요. 정해진 시간, 일정표의 초대, 출석을 기록하는 사람이에요. 놓치는 약속에는 다른 건 다 있어도 이 틀은 없어요. 월급 삭감도, 누군가의 시선도, 명단에 적힌 이름도 없어요.
유명한 연구에서 경제학자 두 명이 미국의 체육관 회원 수천 명을 추적했어요1. 월 정액 회원권을 고른 사람들은 한 달에 70달러 넘게 냈고 평균 약 4.3번 갔어요. 한 번 갈 때마다 17달러 넘게 쓴 셈이에요. 방문 횟수로 계산하는 이용권을 샀다면 한 번에 10달러를 냈을 거예요.
그들은 운동에 돈을 낸 게 아니에요. 자신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돈을 낸 거예요.
그러니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아니에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수백 건의 연구 결과를 모은 검토에서는 사람들의 의도가 행동 차이의 평균 약 28%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2. 의도는 중요해요. 하지만 약속과 행동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의도만으로 알 수는 없어요. 습관, 장소, 피로, 이름 붙이지 않은 감정이 그 사이에 있어요.
동기 부여 강연은 변화하고 싶은 마음을 깨울 수 있어요. 하지만 깨어나는 것과 계속하는 것은 달라요. 계속하려면 하룻밤의 열정보다 자신의 하루에 맞는 걸음이 필요해요.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도 잠깐은 밀어 줄 수 있지만 이내 지치게 해요.
더 어려운 것은 자신의 생각과 단둘이 있는 시간이 늘 편안하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학술지 Science에 발표된 한 실험에서 자원자들은 15분 동안 혼자 앉아 있었어요3. 휴대폰도 책도 없었어요. 자신의 생각밖에 없었죠. 생각으로 스스로를 즐겁게 해 보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옆에는 약한 전기 충격을 주는 버튼이 있었어요. 그 충격은 미리 경험해 본 것이었어요.
그 충격을 다시 받지 않으려고 돈이라도 내겠다고 한 사람들 중에서, 남성의 3분의 2와 여성의 4분의 1이 버튼을 눌렀어요. 한 남성은 190번 눌렀어요.
몇몇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함께 앉아 있는 동안 전기 충격을 택했어요. 상사를 위해서는 지키는 그 15분을, 어떤 사람은 방 안에서 혼자 보내기가 어려워요.
그 방 밖에서도 우리 역시 미루는 질문들이 있어요. 거듭 다시 시작하면서도 한 번도 앉아서 묻지 않아요. 지난번에는 왜 멈췄을까?
이 책은 우리가 피해 온 그 15분이에요. 심리학의 언어로 자신과 솔직하게 마주 앉는 시간이에요. 장과 장 사이에는 심리학보다 훨씬 오래된 말들이 함께해요. 같은 생각을 다른 방향에서 비춰 줘요.
각 장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은 진료실이나 연구에서 기록한 실제 사례가 아니에요. 많은 사람이 겪은 상황을 엮어 만든 인물들이에요. 생각을 더 가까이 느끼도록 도와줘요. 어쩌면 원하는 것보다 더 자신과 닮아 있을 수도 있어요.
책 전체를 실천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그 자체가 앞으로 살펴볼 함정 중 하나예요. 천천히 읽고 자신과 가장 닮은 장 하나, 그 안의 도구 하나를 골라 시작하세요. 나머지는 기다릴 수 있어요.
천 번째로 다시 시작해 달라고 하지 않을게요. 조금 더 어려운 것을 부탁해요. 1장 끝까지 자신과 함께 머물러 주세요.
언제부터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빠져 있는 것이 당연해졌나요?
혼자 읽지는 않을 거예요. 늦여름부터 이듬해 늦여름까지 꼬박 1년 동안 두 사람과 함께할 거예요. 처음으로 가족의 집을 떠나는 카림에게는 열고 싶지 않은 봉투가 있어요. 몇 년째 좋아하는 일을 미루고 있는 회계사 리나에게는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지 않은 공책이 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몰라요. 그리고 각자의 1년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예요.
참고 문헌 (3)
- 1DellaVigna, S., & Malmendier, U. (2006). Paying not to go to the gym. American Economic Review, 96(3), 694–719.
- 2Sheeran, P. (2002). Intention–behavior relations: A conceptual and empirical review. 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12, 1–36.
- 3Wilson, T. D., Reinhard, D. A., Westgate, E. C., Gilbert, D. T., Ellerbeck, N., Hahn, C., Brown, C. L., & Shaked, A. (2014). Just think: The challenges of the disengaged mind. Science, 345(6192), 7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