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말
매일 밤 자신을 나무라는 목소리, 삼켰다가 터뜨리는 분노, 겁을 주는 스쳐 가는 생각, 잠을 훔치는 “만약”. 우리는 이런 것들이 자신만의 문제인 듯 숨겨요. 이 부에서는 그것들을 탁자 위에 꺼내 놓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우리 손에 달려 있지 않은 일을 구분해요.
제9장
매일 밤 당신을 꾸짖는 목소리
왜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해도 나아지지 않나요?
로딩 막대
카림은 휴대폰에 게임을 다시 깔았어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소식을 기다리듯 로딩 막대를 기다렸어요. 일주일 전에 지운 게임이었어요. “아버지를 위해, 아니면 나를 위해”라고 종이에 썼던 밤에는 휴대폰을 베개에서 멀리 두었어요.
이제 새벽 한 시가 넘었어요. 팀원 한 명이 글을 남겼어요. “네 자리 아직 있어.” 카림은 룸메이트의 침대를 봤어요. 이불은 움직이지 않았고 얼굴은 벽을 향해 있었어요. 접속 버튼을 눌렀어요.
한 판이 끝났어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무릎 사이에 놓았어요. 발밑 바닥에는 잠들기 전에 치우겠다고 약속했던 음식 포장지가 있었어요. 그 목소리가 말했어요. “넌 쓸모없어.” 짧은 문장이었어요. 아버지의 말에서 익숙해진 멈춤이 그 안에 있었어요.
종이를 꺼내려고 서랍을 열었어요. 바닥에는 떠날 때 아버지가 건네준 봉투가 그대로 있었어요. 그 안에도 그 목소리와 똑같은 말이 있을까 봐 두려웠어요.
다른 침대의 이불이 움직였어요. 룸메이트가 말했어요. “아직 안 잤어?” 카림은 “이제 자”라고 답했지만 움직이지 않았어요. 화면의 대기 시간 숫자가 올라가더니 새 게임 초대가 나타났어요.
카림은 게임을 다시 지웠어요. 아이콘이 사라지자 마음이 놓였어요. 종이를 꺼내 “나는…”이라고 썼어요. 그 뒤로 떠오르는 건 익숙하게 외운 말들뿐이었어요.
같은 실수를 저지른 친구에게 답장을 쓴다고 생각해 봤어요. 다정한 문장이 나왔지만 줄을 그어 지웠어요. 내일 또 그래도 된다고 자신에게 허락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판결에서 변호로 옮겨 갔다가 다시 판결로 돌아왔어요. 불을 끄려고 일어났어요. 종이에는 여전히 시간도 행동도 다음 단계도 없었어요.
이런 재판을 알지도 몰라요. 실수를 하고 나서 자신이 쓸모없다는 증거를 하나씩 늘어놓는 거예요. 그런데 판결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같은 행동으로 돌아가게 한다면, 더 가혹한 판사가 필요한 걸까요? 아니면 고칠 수 있는 행동 하나를 남겨 주는 문장이 필요한 걸까요?
두 문장 사이에 놓인 꼬박 1년의 거리
“나는 실수를 했다”와 “나는 나쁜 사람이다”는 짧은 두 문장이에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차이가 모든 것을 갈라놓아요.
“나는 실수를 했다”는 행동을 설명해요. 특정한 순간에 일어난 행동이죠. 그 행동이 남긴 영향을 바로잡으려 노력하거나, 사과하거나, 거기서 배울 수 있어요.
반면 “나는 나쁜 사람이다”는 자신 전체에 판결을 내려요. 끝이 없고 고칠 수도 없어요. 행동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심리학자들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영향은 아주 다른 두 감정을 구분해요. 죄책감은 특정한 행동 때문에 괴로운 것이고, 수치심은 자신 전체 때문에 괴로운 것이에요.
연구자 준 탱니와 론다 디어링은 이 차이에 관한 수십 년의 연구를 모았어요1. 거의 일관된 패턴이 나타났어요. 수치심보다 죄책감을 더 느끼는 사람은 대체로 사과하고, 바로잡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 해요.
수치심에 빠지는 사람은 부인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자신의 잘못을 상기시키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요. 때로는 그저 수치심에서 벗어나려고 같은 행동을 다시 하기도 해요.
가혹한 비난은 왜 같은 자리로 돌아가게 하나요?
심리학자 폴 길버트는 “자비 중심 치료”를 창시한 사람이에요. 자신의 책 The Compassionate Mind에서 처음 들으면 낯설게 느껴지는 질문을 던져요2. 왜 몸은 내면에서 나오는 가혹한 말을 외부의 실제 위험처럼 받아들일까요? 가혹한 자기 비판이 몸에서 실제 위험에 대한 반응과 비슷한 반응을 활성화하기 때문이에요.
길버트는 이 방어 체계를 “위협 체계”라고 불러요. 몸은 행동을 마주하기보다 그 감정에서 도망치려 해요. 가장 가까운 도피로는 잠깐이나마 감각을 무디게 해 준다고 알고 있는 습관이에요.
반면 길버트는 “진정 체계”라는 또 다른 체계를 설명해요. 여기서는 몸이 실수를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진정돼요. 실수에서도 자신에게서도 도망치지 않아요.
그렇다면 위협 체계의 대안은 무엇일까요? 연구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 연민 연구의 선구자예요. 자신의 책 러브 유어셀프에서 이 다정한 태도를 간단한 예로 설명해요3. 실수한 친구를 대하듯 실수한 자신을 대하세요. 자기 연민은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후회를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에요. 실수를 차분히 인정하되, 자신의 가치 전체에 대한 판결로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연구자 줄리아나 브라이네스와 세리나 첸은 여러 실험으로 이 생각을 검증했어요.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누군가에게 잘못했던 일을 떠올리게 했어요. 다른 실험에서는 어려운 시험을 치르게 했고, 참가자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요.
다정한 표현으로 글을 쓰자 잘못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자기 연민을 북돋우자 참가자들이 다음 시험을 위해 공부한 시간이 늘었어요. 실험에 따라 비교 대상은 자존감을 높인 집단, 긍정적인 일로 주의를 돌린 집단, 또는 아무런 개입도 받지 않은 집단이었어요4.
결과는 실험실의 한순간에 그치지 않아요. 연구자 마이클 월과 동료 두 명은 같은 과목에서 연이어 두 시험을 치르는 대학생들을 각 시험 전에 추적했어요5. 첫 시험 공부를 미룬 자신을 용서하는 것은 다음 시험 전에 학생들이 보고한 미루기 행동의 감소와 관련이 있었어요. 여기서 용서는 더 많이 미루는 것과 연결되지 않았어요. 공부로 더 빨리 돌아오는 것과 연결됐어요.
﴿قُلْ يَا عِبَادِيَ الَّذِينَ أَسْرَفُوا عَلَى أَنْفُسِهِمْ لَا تَقْنَطُوا مِنْ رَحْمَةِ اللَّهِ﴾ 일러가로되 스스로에 대하여죄지은 나의 종들이여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희망을 저버리지 말 라 (앗주마르: 53)6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보세요. “의로운 사람들”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죄지은 사람들”이에요.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잘못한 사람들이죠. 그런데도 “나의 종들이여”로 시작해요. 더 가혹한 말로 시작하지 않아요.
친구의 목소리
언제 사용하나요: 실수 하나를 자신 전체에 대한 판결로 바꿀 때예요. 걸리는 시간: 글쓰기에 5분, 그리고 다음 한 시간 안에 한 걸음을 내디뎌요.
내면의 목소리가 자신을 심판할 때 이 도구를 써 보세요.
- 목소리에 이름을 붙이세요. “난 쓸모없어” 같은 말이 들리면 잠깐 멈추세요. 자신에게 말해요. “이건 판결의 목소리지, 진실의 목소리가 아니야.”
- 물어보세요. 친구에게라면 뭐라고 할까요? 소중한 친구가 찾아와 정확히 같은 일을 했다고 털어놓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친구에게 답했을 문장을 써 보세요. 아마 “넌 쓸모없어”라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 정체성이 아니라 행동을 설명하세요. 일어난 일을 판결이 아닌 사실을 담은 문장으로 쓰세요. “몇 시에 이런 행동을 했다.” “나는 실패자다”가 아니에요.
-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말해 주지 않았더라도 많은 사람이 똑같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적이 있어요. 이것이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아요. 다만 자신만 유일하게 예외라는 착각을 걷어 내 줘요.
- 지금 작은 한 걸음을 고르세요. 완벽해지겠다는 약속이 아니에요. 다음 한 시간 안에 할 구체적인 행동 하나예요. 잠들기, 조금 걷기, 친구에게 메시지 보내기처럼요.
넘어졌다면: 새로 한 행동을 한 줄로 설명하고 다음 걸음을 고르세요. 자신에게 내린 판결을 다시 쓰지 마세요.
2주 뒤, 힘든 밤을 보내던 카림은 게임으로 돌아갔어요. 익숙한 문장이 들렸고, 그 말에 대한 답을 쓰기 시작했어요. 반 페이지를 채우고 나서야 알아차렸어요. 또 다른 재판을 시작한 거예요. 목소리만 조금 더 차분해졌을 뿐이었어요.
“넘어졌다면”이라고 적힌 줄을 읽었어요. 글 아래에 선을 긋고 썼어요. “한 시 십 분에 게임을 열었고 40분 동안 했다.” 일어난 일을 짚고 시계를 봤어요. 다음 걸음은 물을 마시고 잠드는 것이었어요.
부엌에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룸메이트를 만났어요. 룸메이트가 물었어요. “계속할 거야?” 카림이 말했어요. “아니. 40분을 잃었지, 밤 전체를 잃은 건 아니야.” 컵에 물을 채웠어요. 지난 몇 년의 목록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룸메이트가 말했어요. “돌아갈 때 복도 불 좀 꺼 줘.”
복도 불을 끄고 책상을 지나갔어요. 봉투는 서랍에 그대로 있었어요. 봉투를 여는 것은 오늘 밤의 한 걸음이 아니었어요.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 올리고 잠들었어요.
잠들기 전에
공책이나 주의가 흐트러지지 않는 도구에 쓰고 솔직하게 답해 보세요.
- 실수한 뒤 가혹한 내면의 목소리가 늘 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들리는 그대로 정확히 쓰세요.
- 친구가 눈앞에서 자신에게 그 말을 한다면 어떻게 답하겠어요?
- 최종 판결을 내리는 대신 오늘 밤 할 수 있는 작은 한 걸음은 무엇인가요?
집으로 떠나는 밤, 카림은 불을 끄기 전에 서랍을 세 번 돌아봤어요. 가방을 문까지 가져갔다가 휴대폰 충전기를 가지러 돌아왔어요. 봉투는 두고 갔어요.
참고 문헌 (6)
- 1Tangney, J. P., & Dearing, R. L. (2002). Shame and Guilt. Guilford Press.
- 2Gilbert, P. (2009). The Compassionate Mind: A New Approach to Life's Challenges. Constable.
- 3Neff, K. (2011). Self-Compassion: The Proven Power of Being Kind to Yourself. William Morrow.
- 4Breines, J. G., & Chen, S. (2012). Self-compassion increases self-improvement motivat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8(9), 1133–1143.
- 5Wohl, M. J. A., Pychyl, T. A., & Bennett, S. H. (2010). I forgive myself, now I can study: How self-forgiveness for procrastinating can reduce future procrastinat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48(7), 803–808.
- 6성 꾸란, 앗주마르: 53. 구절 원문.